▣ 전 시 명 :  山氣-결이 일어나는 곳

 ▣ 전시부제 : 정연지 초대展

 ▣ 일    시 : 2026. 9. 2(수) ~ 2026. 9. 15(화)

 ▣ 장    소 : 인천 제물포구 금곡로11번길 1-4 잇다스페이스 작은미술관

 ▣ 주최·주관 : 잇다스페이스, 잇다스페이스 작은미술관

 ▣ 후 원 : 문화체육관광부, 예술경영지원센터, 전속작가제지원

 ▣ 기    획 : 이영희,이나연,정창이

 ▣ 참여작가 :  정연지


 ▣ 전시서문 : 

山氣

결이 일어나는 곳

Where the Grain Rises

 

산은 멀리서 하나의 형상으로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갈수록 수많은 결을 드러낸다.

 

능선과 골짜기, 겹쳐진 암석과 균열, 비와 바람이 지나간 흔적. 산의 표면에는

오랜 시간이 축적되어 있다.

 

정연지는 그 산을 바라본다.

 

그러나 작가의 작업은 산의 모습을 그대로 옮기는 데 머물지 않는다.

동양화를 전공한 작가는 붓과 먹, 색을 통해 자연을 바라보고

그려온 회화적 경험 위에 원목이라는 물질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인다.

 

정연지는 캔버스와 한지라는 익숙한 회화의 지지체에서 벗어나 원목을 화면으로 선택한다.

 

초기에는 합판 위에 그림을 그리고 표면을 긁는 방식으로 작업했다면,

최근에는 원목으로 옮겨와 다양한 수종과 도구, 긁기의 방향과 강도를 실험하며

자신의 회화에 적합한 방법을 찾아가고 있다.

 

이것은 단순한 재료의 변화가 아니다.

 

원목은 더 이상 그림을 받아들이는 수동적인 바탕이 아니라, 그 자체의 물성을 통해 회화에 개입하는 능동적인 화면이 된다.

 

나무에는 이미 선이 있다.

 

한 그루의 나무가 자라고 수많은 계절을 견디며 스스로 만들어낸 결이다.

 

정연지는 그 결을 감추지 않는다. 먹과 색으로 이미지를 그리고, 도구의 날로 표면을 반복적으로 긁으며 나무 안에 잠재되어 있던 목섬유의 결을 일으킨다.

 

여기에서 ‘긁기’는 중요하다.

 

작가는 나무를 깊게 파내거나 깎아 형태를 만들지 않는다. 표면을 긁어 눕혀져 있던 결을 일으키고, 그 미세한 물질의 변화가 다시 회화의 선과 질감이 되도록 한다.

 

일어난 결 위로 빛이 머문다.

 

 

미세한 그림자가 생겨나고, 평면의 화면에는 깊이가 발생한다.

보는 위치와 빛의 방향에 따라 표면은 조금씩 다른 모습을 드러낸다.

 

붓으로 그린 선과 자연이 이미 만들어놓은 선이 하나의 화면에서 만나는 순간이다.

 

정연지는 이러한 회화적 행위를 ‘기리(起理)’라 명명한다.

 

‘起’는 일으킨다는 뜻이며, ‘理’는 목리(木理), 즉 나무가 본래 지닌 결과 연결된다.

 

기리(起理)는 깊이 파내어 형태를 만드는 조각적 행위도, 이미지를 찍어내기

위한 판화적 행위도 아니다. 정연지에게 날은 조각을 위한 도구이기

이전에 또 하나의 붓이다.

 

붓이 먹과 색을 더한다면, 날은 이미 존재하던 결을 일으킨다.

 

그리기와 긁기,

색과 결,

평면과 미세한 요철.

 

서로 다른 감각이 하나의 화면 안에서 만나면서 회화의 표면은 조금씩 확장된다.

 

이번 전시 《山氣 — 결이 일어나는 곳》에서 정연지는 특히 돌산에 시선을 둔다.

단단하고 거친 돌을 표현하기 위해 나무의 물성을 사용한다는 사실은 흥미로운 역설을 만든다.

 

산에는 능선이 있고,

나무에는 결이 있다.

 

산의 능선과 원목의 결은 서로 다른 시간 속에서 만들어졌지만,

정연지의 화면에서 하나의 풍경으로 만난다.

 

일어난 목섬유는 거친 암석의 표면이 되고, 결의 흐름은 능선과 골짜기를 따라 움직인다.

그 위에 먹과 색, 빛과 그림자가 겹쳐지며 돌산은 단순히 재현된 풍경을 넘어 물질성을

가진 회화적 풍경으로 다시 나타난다.

 

그러나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나무를 다루는 기술 자체가 아니다.

 

얼마나 정교하게 긁었는가,

얼마나 입체적인 효과를 만들었는가보다 중요한 것은 “그 행위가

어떻게 회화의 언어가 되는가”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전시는 하나의 완성된 기법을 선언하는 자리가 아니다.

 

오히려 재료와 도구, 이미지와 표면 사이를 탐색해온 정연지가 자신만의 조형

언어를 발견하고 확장해가는 하나의 시작점에 가깝다.

 

 

기리(起理) 역시 완성된 답이라기보다 앞으로 작가의 작업과 함께

변화하고 성장할 언어이다.

 

오늘 정연지의 화면에는 산이 있다.

 

그러나 앞으로 그 결 위에 무엇이 나타날지는 아직 열려 있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그리는가만이 아니라, 자신이 선택한 물질과 어떻게 관계하고

그것을 어떻게 자신의 회화적 언어로 변화시키는가에 있다.

 

《山氣》의 ‘氣’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것은 산의 외형 너머에 흐르는 움직임이며, 오랜 시간 자연에 축적된 흔적이고,

고요한 표면 아래 잠재되어 있는 힘이다.

 

정연지는 그 보이지 않는 것을 그리기 위해 나무의 결을 일으킨다.

 

긁는 것은 또 하나의 그리기이며,

결을 일으키는 것은 회화를 세우는 일이다.

 

산은 나무 위에 그려지는 것만이 아니다.

 

결이 일어나는 순간,

그곳에서 다시 산이 시작된다.



 ▣ 작가노트 : 

목판화의 판 제작 과정에서 회화적 표현 방식으로 확장

카빙 작업은 동판화에서 판을 제작하며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출발했다.

판을 새기고 파내는 반복적인 행위는 단순한 제작 과정이 아니라,

재료와 몸이 직접 맞닿는 경험으로 이어졌고, 이러한 감각은 자연을 표현하는 방식으로 확장되었다.

 

자연을 바라보는 경험과 그것을 작업으로 옮기는 기록 사이의 차이를 탐구하며,

그 틈을 질감·기록·삭제의 방식으로 시각화한다.

 

먹으로 화면을 채우고 카빙과 스크래치로 다시 파내며 흔적을 남기는 과정은,

자연을 그대로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기억과 감각이 축적되고 변형되는 과정을 드러낸다.

 

파내는 행위는 표면을 제거하는 동시에 새로운 형상을 생성하는 과정이며,

그 안에서 얻어지는 에너지를 통해 자연이 지닌 생명력과 시간의 흔적을 목판에 담아낸다.

남겨진 흔적은 자연을 모사한 결과가 아니라, 자연을 마주한 신체의 움직임과 감각이 축적된 기록이다.

 

작품의 질감은 자연과의 관계 속에서 형성된 시간과 에너지의 흔적을 의미한다.


▣ 작가경력 :

학력

 서울미술고등학교 졸업(-2020)

 경기대학교 한국화과 졸업(-2025)

 핀란드 Novia University 수료(2024.1-6)

 

개인전

 제1회 개인전 [자연,결;그속의 질서와 혼돈] The Art J_판교 (2025)

 제2회 개인전 [산명수려] 북촌 한옥청(2025)

 제3회 개인전 [山氣-결이 일어나는 곳] 인천 잇다스페이스 작은미술관(2026)

 

단체전

 [2025 찯다 프로젝트] 인천_잇다스페이스 (2025.1)

 [현상학 시론] THE ARTE 청담 (8.2025)

 [광화문 국제아트 페스티벌] 세종문화회관 (10.2025)

 

아트페어

 [아시아프,2025] 아시아프_문화역서울284 (8.2025)

 GAF, 고택아트페스타_안동 임청각 (9.2025)

 런던 Affordable(어포더블) 아트페어 참가 (10.2025)

 어제의 과거는 미래다_송원아트센터(2025.11)

 

수상.선정

 제 44회 현대미술대전 장려 수상(2023.5)

 제 6회 좋은데이 미술대전 특선(10.2024)

 경기문화재단_작품 소장 물흐름 1점

 2025 아트경기 선정작가